존경하는 김용정 교수님이 오늘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아름다운서당 제자 여러분,

존경하는 김용정 교수님이 오늘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폐암과 투병해 오시다가 70세를 일기로 타계하셨습니다.

발병한지 불과 6개월여만에 홀연히 떠나시다니, 암은 참 나쁜 놈인가 봅니다.

김용정 선생님은 YLA5기부터 아름다운서당 교수진으로 합류하시어 YLA6기와 수원1기 등 3개 클래스에서 인문학을 지도해 주셨습니다. 수학한 제자라면 누구나 공감하듯이 김선생님은 열정의 화신이셨고 정의의 사도였습니다. 선생님은 젊은 제자들이 항상 깨어서, 바르고 의롭게 살아가기를 염원하셨습니다. 학생들과 김선생님과의 일화를 엮으면 방바닥에서 전정에 닿을 것입니다.

젊어서 동아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투신하여 동아일보 편집국장에 오르기까지 시종 대쪽 같은 기자로 일관하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회활동을 하시고 헤아릴 수 없는 다양한 경력을 쌓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 김선생님은 자신이 일생동안 해본 일 중에서 아름다운서당 교수만큼 뜻 깊고 보람된 일은 없다고 고백하시곤 했습니다. 그만큼 아름다운서당을 사랑하시고 자랑스러워 하셨습니다.

아름다운서당에 항상 좋은 일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서 때로는 힘들고 어려운 일도 찾아왔습니다. 그때마다 의논의 상대가 되어 주시고 용기의 원천이 되어 주셨습니다. 특히 무엇이 옳은 것인지 판단이 흐려질 때 김선생님은 항상 바른 길을 제시해주시어 나에게는 나침반과도 같은 분이셨습니다.

얼마 전 수원2기생 교육을 놓고 편법을 동원해서 수원시 재정지원을 받을 것이냐, 아니면 힘들더라도 아름다운서당의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냐의 문제를 놓고 번민한 적이 있습니다. 60여명의 선발된 학생들을 시청의 재정지원 없이 교육시킨다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김선생님은 아름다운서당의 건학이념을 지켜야 한다는 명쾌한 결론은 내려주셨습니다. 홀연히 떠나셨으니 앞으로 어려운 일을 당하면 누구와 의논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암 진단을 받고 내게 연락하시어 수원1기의 인문학 마지막 수업을 대신해 달라고 부탁하실 때만 해도 새봄부터는 다시 수업을 하실 수 있으리라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김선생님도 나도. 그래서 학생들에게는 투병 중이라는 소식도 일부러 전하지 않았습니다. 자연치유법을 고집하시기에 참고가 될 책 몇 권을 구해 보내드렸고 체력을 돋우는데 도움이 되라고 쇠고기 몇 근 보내드리면서 빨리 털고 나오시라고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는데 이제와 생각하니 그것도 불찰이었나 봅니다.

김선생님의 지도를 직접 받은 학생들은 어쩌면 나와 같은 놀라움과 나와 비슷한 슬픔을 맛보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김선생님과 함께 공부한 졸업생들은 동기생들과 의논하여 여러분 수준에 맞는 조의를 표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발인은 오는 5월2일 새벽6시에 고대안암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립니다. 장지가 광주 선영이라서 새벽 일찍 서울을 떠나시는 것입니다.

직접 지도를 받지 않은 졸업생은 김선생님의 유해가 안장되는 5월2일 정오 1분간의 묵념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기를 바랍니다. 자신이 어디에 있던 이 시각에 맞춰 경건한 마음으로 김선생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배웅해 주면 고맙겠습니다.

70이면 많이 살았다고 한사코 허허 웃으시던 목소리가 귀에 생생합니다.

아 정말 가슴이 미어지네요.

더 좋은 곳에 가셨을 것이라는 사실로 이 아픔을 달래봅니다.

2013년 4월 마지막 밤

서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