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인사이드] 네번째 이야기. 이헌섭 교수님.

교수님 인사이드의 네 번째 주인공은 이헌섭 교수님이십니다. 이헌섭 교수님은 인문학 교수님이시자 인천반 담임 교수님으로 학생들에게 강평을 할 때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오시는 것으로 유명하신 분이십니다. 이헌섭 교수님께서 전해주시는 따끈한 철학과 조언, 들어볼까요?
1. YLA에 참여하기로 결심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 저는 꽤 오래 전부터, 직장을 은퇴하고 난 인생 후반기에는 무언가 사회에 봉사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왔습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대표적 계층은 다문화가정 이주민과 소외노인들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외국인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한국어교원 자격>을 취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주위 분들의 소개로 아름다운서당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지침 없이 방황했던 제 학생시절이 생각났고 취업에 목매고 스펙쌓기에만 매몰되는 청년들이 안쓰러웠던 터라, 제 경험을 공유하고 생각을 같이 나눌 수 있는 더없이 좋은 내용이라 생각하며 망설임 없이 참여를 결심하였습니다.
2. 겨울캠프 수업 때 학생들의 발표 이외에도 교수님께서 따로 ppt를 준비하신 것으로 기억합니다. 수업에 앞서 많은 준비를 하실 것이라 생각되는데, 수업 준비 및 진행에 있어서 가장 중시하시는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 저는 현재 인천반 담임 겸 인문학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데, 제가 맡은 주제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준비하는 Presentation을 저도 똑같이 준비해 매번 수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을 조리 있게 정리할 수 있음은 물론, 학생들이 어떤 어려움을 느끼며 과제를 대할까 하는 것을 알 수 있고, 또 제 PT자료를 Sample로 보면서 학생들이 시사점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기를 기대합니다. 고전을 통해 인류와 사회 보편의 문제를 이끌어내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조금이라도 바뀌는 계기가 만들어 지기를 바랍니다.
3. YLA 학생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 있으신가요?
– 인류의 역사와 문화 단련해 주는 명저들이 워낙 많아, 딱 한 권을 뽑아내기는 극히 어렵지만, 최근의 책 중에서는 찰스 아이젠스타인의 ‘신성한 경제학의 시대’를 추천합니다. 동서를 막론하고 우리가 공통으로 처한 난제가 불평등 양극화인데, 이 문제는 경제학적 접근만으로는 쉽사리 해답을 찾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저자가 어떤 철학과 상상력으로 이 문제를 탐구하고 있는지, 기본소득 등 그가 제시하는 해법이 우리 현실에는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명저라고 생각합니다.
4. YLA 활동을 하시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 저는 12기에는 전주반 교수로 활동했습니다. 주말에 원거리를 오가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학생들이 과정을 마치고, 그 학생들이 동창회 활동을 하면서 주기적으로 만나 독서토론회를 하는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낍니다.
5. YLA 활동을 하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 안타깝게도 전주반은 1년간을 운영한 후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마땅한 후원자를 찾지 못해 후속 기수 학생을 모집하지 못했습니다. 후원기업을 물색하기 위해 현지 분들을 찾아가 협의를 하고, 얼마간 건강을 해칠 정도로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결국 전주반이 중단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후배 기수를 맞지 못하는 학생들이 안타깝고 교수님들도 허탈했지만, 우리가 뿌린 씨앗이 움터 언젠가는 전주반이 다시 속개되는 날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6. 어떤 책은 사실적이고 직설적인 시대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또 어떤 책은 상징적인 메세지를 전달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책마다 읽는 방법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책의 장르를 불문하고 공통적인 독서법이 있다면, 책은 어떻게 읽어야 그 의미를 보다 깊이 음미할 수 있을까요?
–좋은 책을 고르는 안목이 우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이 책이 부족하고 텍스트가 없어 곤란한 시절이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많아 걱정이지요. 서점에 넘쳐나는 책 중에서 많은 부분은 그저 시간 때우기 용이거나 허접한 자기계발서입니다. 이런 진흙밭에서 진주를 골라내려면 자주 그리고 많이 책을 접하는 수밖에 없을 터이나, 가장 안전한 방법은 역시 고전으로 분류되는 책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시간의 검증 과정을 거치고 살아남은 책이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을 때 제가 주로 쓰는 방식은 비교하면서 읽기입니다. 근간 서적을 오래된 고전과 비교하거나, 서양 사상을 동양의 지혜와 견주어 본다거나, 외국 소설을 국내 작가의 작품과 겹쳐 읽어 본다거나, 책 속의 이론을 현실에 비추어 본다거나…. 요컨대 생각하면서 읽어야 합니다. 그냥 읽는 책은 그냥 지나가지만 생각하며 읽는 책은 내 생각 속에 남습니다.
7. YLA를 통해 학생들이 어떤 것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 올바른 질문을 하는 능력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지금껏 답을 찾는 일에만 몰두해 온 듯합니다. 그것도 주어진 보기 중에서 가장 그럴듯한 답을 골라내는 일에. 그러다 보니 우리 머리는 단순해 졌고 생각하는 능력은 퇴화하였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질문을 하는 능력입니다. 이 시대와 사회에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질문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이 얼마나 비굴한 것인지, 그리고 그 질문은 얼마나 집요해야 하는지, 이런 것들을 고전을 통해 배우기를 바랍니다.
8. 교수님의 삶에 있어 YLA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 제가 대학을 다닌 시기는 1980년대 초반입니다. 우리나라 남녘에서는 정권장악을 기도하는 신군부가 시민들에게 포화를 퍼붓고 민주화를 열망하는 인사들이 연일 예사로 구금, 타살되던 시기였습니다. 암울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조직적인 싸움의 장으로 달려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던 이들은 개인 차원의 각성과 실력 배양이 무력하고 헛된 일이라고 질타했습니다. 저는 그 양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했고, 그러다가 그 어느 쪽도 붙잡지 못하고 제 청년시대를 마감했습니다. 그 둘 중 어느 하나도 없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던 것입니다. 지금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현실의 문제가 크고 미래가 암울할 때 결국 승리하는 것은 ‘깨어 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고 믿습니다. YLA는 깨어 있는 의식과 실력을 갖춘 미래 리더를 길러내는 조직화된 노력,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노력이 결국은 승리한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습니다.
9. 교수님께서는 인문학을 왜 배워야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혹시 인문학에서 공부했던 것이 와 닿는 순간들이 있었다면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자연과학이 물질세계의 중요한 문제를 다루는 학문이고 사회과학이 사회의 중요한 문제를 다루는 학문이라면, 인문(과)학은 사람에 관한 중요 문제를 다루는 학문입니다. 사람에 관한 중요 문제는 내면의 생각과 그것이 드러내는 삶입니다. 생각을 체계화하면 사상이 되고, 삶의 모습을 정리한 것이 문화입니다. 즉 인문학은 인류의 사상과 문화를 다루는 학문이며 그 맨 밑의 기저는 생각입니다. 생각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 삶의 문제가 두렵지 않습니다. 생각의 틀이 탄탄하다면, 그 안에 넣을 지식은 지식범람시대에 얼마든지 가져다 쓸 수 있습니다. 생각하는 높이가 삶의 수준을 결정합니다.
10. 이번 겨울 캠프를 통해 여러 반 학생들을 만나보셨는데, 학생들에게 한 마디 남기신다면?
– 열심을 다해 발표 준비를 하고 그 결과물을 조금이라도 더 업그레이드하려고 밤새워 고민하는 모습이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졸린 눈을 비벼 가며 토론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보며 ‘나는 언제 이들처럼 공부하고 노력한 적이 있었나’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사회와 앞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 갑갑해 하는 청년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자기의 삶을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문제투성이의 세상이지만 여러분들의 잘못으로 그리 된 것은 하나도 없다고, 그 산적한 문제 해결의 상당부분을 청년세대들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지만 혹여라도 그 과제의 중압감이 여러분들의 삶을 갉아먹지 않도록 하라고, 버거운 문제는 또 다음 세대로 넘겨주면 된다고, 그러면서 우리는 발전해 가는 거라고, 그래서 우리의 삶은 존중하고 사랑할 만한 거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